2020년에 개봉한 영화 *원더우먼 1984*는 DC 확장 유니버스의 주요 작품 중 하나로, 여성 히어로의 정체성과 사회적 메시지를 강조한 작품입니다. 특히 이 영화는 단순한 액션 영화에 머물지 않고, 페미니즘의 여러 코드를 다양한 방식으로 녹여낸 것이 특징입니다. 다이애나 프린스라는 캐릭터를 통해 여성의 주체성, 내면의 강인함, 사회와 개인의 갈등을 다층적으로 담아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 글에서는 *원더우먼 1984*에 담긴 페미니즘 코드를 키워드별로 분석하고, 그 의미를 짚어보겠습니다.
주체성: 여성 서사의 중심에 선 다이애나
*원더우먼 1984*에서 다이애나는 더 이상 남성 캐릭터의 보조자가 아닙니다. 영화의 중심은 그녀의 내면적 성장과 가치관의 변화에 맞춰 흘러갑니다. 초반부 그녀는 과거 연인 스티브 트레버에 대한 그리움에 빠져 있지만, 이내 현실을 직시하고 그를 떠나보내는 선택을 합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사랑의 이별을 넘어, 자신의 감정에 지배되지 않고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주체적인 인간으로서의 다이애나를 보여줍니다. 또한 그녀는 전투에서 단순히 힘을 사용하기보다, 대화를 통해 상대를 설득하고 갈등을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입니다. 이는 전통적 남성 히어로가 ‘힘’으로 해결하는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영웅상을 제시합니다. 다이애나의 결정과 행동은 외부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 아닌, 내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서 주체성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바바라를 공격하기보다 그녀를 이해하려는 태도는 매우 상징적입니다. 이처럼 *원더우먼 1984*는 여성 히어로가 단순히 ‘강한 여성’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적인 갈등과 감정 속에서도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주체적으로 보여주며, 여성 서사의 진정한 중심에 다이애나를 세웁니다.
강인함: 신체적 힘을 넘은 내면의 힘
원더우먼은 본래부터 강력한 신체 능력을 가진 히어로입니다. 하지만 *1984*에서는 육체적 강인함을 넘어서 내면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합니다. 다이애나는 초능력을 가진 인물이지만, 극 중 많은 장면에서는 그녀의 감정적 고통과 선택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는 여성 캐릭터에게 흔히 요구되는 ‘감정적인 약자’ 이미지를 탈피하고, 감정을 인정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을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다이애나는 스티브와 재회하는 장면에서 일시적인 행복을 누리지만, 세계를 지키기 위해 그를 포기하는 선택을 합니다. 이러한 장면은 단순한 영웅 서사가 아니라, 책임과 선택, 이성적 판단과 감정 사이의 균형을 보여주는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특히,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다’는 주제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여성들이 겪는 이중적 기대와 역할 충돌을 은유적으로 표현합니다. 또한, 영화 초반의 아마존 경기 장면은 다이애나의 어린 시절을 통해 ‘강인함’의 본질이 힘이 아닌 진실성에 있음을 강조합니다. 승리를 위한 편법보다 정직하게 과정을 겪는 것이 진정한 영웅의 자질임을 전달하면서, 강인함이란 결국 자기 자신을 믿고 진실하게 살아가는 태도임을 보여줍니다.
갈등: 이상과 현실, 개인과 사회의 충돌
*원더우먼 1984*는 단순한 선과 악의 대결을 넘어서, 개인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갈등, 그리고 사회적 구조와의 충돌을 정교하게 묘사합니다. 맥스웰 로드라는 악당 캐릭터는 사회의 탐욕과 소비주의를 상징하며, 그에 대항하는 다이애나는 인간성, 윤리, 공동체를 지키려는 가치를 대표합니다. 이 대립은 전통적 영웅 영화의 이분법적 구도가 아니라, 보다 복잡한 가치 충돌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또한 바바라 미네르바(치타)는 여성이 사회에서 겪는 불안과 소외, 타인의 시선에서 비롯된 자아 상실을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강한 여성’이 되고자 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본래 모습을 잃어버립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여성들이 겪는 자기 정체성 혼란과 닮아 있습니다. 다이애나와 바바라의 갈등은 단순한 히어로-빌런의 대결이 아니라, 이상과 현실, 자기 수용과 거부 사이에서의 고뇌를 상징합니다. 결국 영화는 다이애나가 바바라를 용서하고 맥스웰 로드에게 무력을 쓰지 않고 감정적으로 설득하는 방식으로 결론을 맺습니다. 이는 영웅이 갖춰야 할 진정한 덕목이 단순한 힘이 아니라, 공감과 이해임을 강조하는 메시지입니다.
